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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2022 아시아문화다양성 국제포럼 (나란히 ,함께)

부산문화재단 문화공유 네트워크
2022 아시아문화다양성 국제포럼 (나란히 ,함께)

 

발제. 아데 다르마완(인도네시아), 헨리 쿤(태국), 야마노 신고(일본)  토론. 이지혜(한국)

 

 

 

아데의 협업과 공동체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나 헨리 탄의 사회 생태학적 예술의 태도, 마을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예술행위를 실현해 가는 코가네초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저는 2016년 신경다양성 작가들과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민간보다는 공공 예술 지원에 많이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컨디션으로 창작스튜디오의 자리를 잡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예술이 수단이 되고 그와 결부되는 이해관계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종교라든지 아니면 상업이라든지요. 장애가 있는 일상을 함께 감수할 만큼 강력한 목적적 이해관계는 존재하기 어려우니까요. 

 

생태담론이나 비인간에 대한 주목은 중요합니다. 기후위기나 AI 심지어 요즘에는 핵관련 이슈까지. 몇 년 안 남았을지 몰라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날지도 모르고요. 다만 지금의 신유물론은 이전의 철학적 사유에 직면하지 않기 때문에 흩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예술가들이 타격해야 하는 질문이 무엇일까요? 돈도 금융화 되어 실체가 없고, 단 몇 개의 기업만이 미디어를 장악하고, AI가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고, 사람들의 생각과 사고도 데이터화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인류가 질문을 던지고 해결해야 하고자 하는 것은 더 강력한 실체 현상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관념론과 유물론을 분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요?. 탄이 말한 것처럼 촉수를 깨우는 것과 촉수를 살려두는 일이요. 행위보다도 감각.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는 우리가 꿈꾸는 “예술 공동체” 이 말이 너무 거창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공감하고 추구하는 이들” 정도로 말하면 될까요? 이 심각한 생태위기 속에서 거대한 미디어와 마주한 철학의 상실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저항할 수 있는 단단한 개인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모두 예술적인 활동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정신건강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죠. 자기몰입은 자신을 더 사랑하게 합니다. 나르시시즘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자기몰입과 그만큼의 표현, 그걸 신뢰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 보다 더 우리를 흥분시키는 게 있을까요?   

 

막스를 떠올리며 이야기 해보자면 자유로운 예술행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표상체계”에 대해서 우리는 더 강력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루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 소토 폴라르는 자신의 저작 자본의 미스터리에서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난할까?’라고 질문하며 그 답을 ‘합리적인 법’과 ‘재산권’의 부재라고 했습니다. 소토의 말대로 예술이 가치를 얻고 지속성과 확장성을 획득 하려면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의 예술 행위에 법이나 재산권 같은 “표상체계”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산(공간, 시간, 돈)과 노동(예술, 활동, 움직임)과 표상체계(보편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있으면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자본과 연결되기 때문이죠.  

 

너무 돈 이야기만 했나요? 도큐멘타15가 개장했을 때 너무 시원했습니다. 알 수 없는 관념으로만 빠져 드는 것 같던, 말하고 있으면서도 그게 뭔지 잘 모르는 예술에 지쳐 있었는데 말이죠. 자유로운 그림체들과 금기처럼 여겨졌던 일상의 이미지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사진으로 본 행사의 분위기에서 해소되는 것 같았습니다.하지만 그런 발언할 수 있고 영향력 강한 예술 행사가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예술 행사를 찬양하거나 부러워하거나 차지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고 가치를 보편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죠. 우리는 뭐가 좋은 지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누구나 모두가 알게 되면 얼마나 행복한 세상이 될까요? 확장 가능하도록 지속할 수 있도록...

 

이지혜(문화매개실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