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2 작가의 개인전이 플레이스막에서 열린다. 전시의 제목은 시방현대예술임시전시장이다. 시방은 지금과 동일한 의미의 표준어이다. 시방, 현대, 임시라는 시간적 의미의 단어가 반복되는 전시 제목은 아이러니와 유머의 냄새를 풍긴다. 실재 플레이스막의 간판이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작가는 수많은 비밀들을 전시장 사이사이에 숨겨두었다. ‘플레이스막은 곧 없어질 위기에 처했고 김씨라는 사람이 플레이스막에게 약간의 선처를 베풀었다.’ 라는 것이 전시 컨셉의 시작이다. 플레이스막의 공간에서 쫓겨난 전시공간 플레이스막은 지은 지 40년, 비워둔 지 10년이 되는 허름한 시장 상가에 임시로 전시장을 차렸다. 바로 시방현대예술임시전시장이다. 그곳에서 큐레이터와 디렉터는 갖은 호사를 부리며 높은 곳에 앉아 관객들을 내려다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는 지금 현재 한국의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전시들이다. 작품이 갖게 되는 권위, 문 닫는 대안공간들, 전시 중 정형화 된 초대 형식 작가와의 조우, (‘작가는 죽었다.’ 라고 이야기한 롤랑바르트의 말을 삼아서 그런지) 다소 냉소적인 관계자들, 난해한 작품 앞에서 소외되는 관객 등 전시에 관한 다양한 양상을 유머러스하게 짚어내었다. 이 전시는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 대안공간들의 전시 포맷에 역행한다. 오프닝이 아닌 작가 스스로 ‘닫기잔치’라고 이름 붙힌 클로징세레모니를 진행한다. 닫기잔치는 미술계 아는 사람들 끼리의 안부 확인차 또는 예의상의 명목으로 존재하는 초대전시가 아니다. 전시를 진행기간 동안 부담없이 관람하고, 작가와의 만남까지도 관객들은 선택할 수 있다. 작가는 “이것이 보는 이들을 위한 전시인가? 아닌가?” 라는 질문에서 아이러니들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 후 모아진 아이러니들로 우리의 전시를 뒤돌아 보게 하였다. 민2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보는 이들의 발과 손에 치여도 문제없다며 그들 가까이로 내어놓는다. 조그마한 두 공간에서 펼쳐지는 시방현대예술임시전시장展은 서울문화재단의 2011년 시각예술 창작지원 전시로 선정되어 후원 받았다. 전시 자체에 관한 의미있는 성찰로 한국 미술계 전시문화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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