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9
다수의 인간적 욕구들을 다룰 때 사람들을 구획 전체로 조직해서 관료적으로 관리하는 방식ㅡ그것이 주어진 상황에서 필요한지 효과적인 사회적 조직화라고 할 수 있는 지와는 무관하다ㅡ이야말로 총체적 기관의 요체이다. 바로 이 사실로부터 중요한 함의들이 도출된다.
pp.19-20
총체적 기관에는 편의상 재소자라고 불리는 다수의 관리 대상 집단과 소수의 감독 직원 사이의 분리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재소자들은 기관 안에 거주하며 벽 바깥세상과 접촉하는 데 제한을 받는다. 직원들은 통상 하루 여덟 시간 근무를 하며 바깥 세계와 사회적으로 통합되어 있다. 각각의 집단은 서로를 편협하고 적대적인 스테레오타입을 통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은 재소자들이 적대적이고, 음흉하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재소자들은 직원들을 거만하고, 고압적이고,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스스로 우월하고 정의롭다고 느낀다. 재소자들은 적어도 어떤 면에서 열등감, 무력감, 자책감, 죄책감에 젖어 있다.
두 계층 간의 사회적 이동은 극도로 제약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두 게층 간의 사회적 거리는 매우 멀고 종종 공식화된 규정을 따른다. 심지어 경계를 넘어서는 대화조차 특정한 어조를 띤 목소리로 행해진다.
pp.145-146
정확히 말하면, 상식적 정의에 따르자면 정신 건강이란 사회적 삶에 속한 게임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것을 잘 수행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게임의 수행을 거부하거나 잘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사실을 뜻한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부상한다. 사회적 불복종(혹은 일탈)과 정신병의 차이는-그런 것이 있다면-무엇일까? 여기서 기술적인 정신의학적 고려는 잠시 제쳐두자. 나는 이 두 개념의 차이가-이는 예컨대 "그는 잘못되었어"와 "그는 정신적으로 아파"와 같은 진술의 사례에서 나타난다- 반드시 그것들이 가리키는 관찰 가능한 사실들의 차이를 통해 나타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두 개념의 차이는 우리의 관심 사항을 향한 태도들의 차이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만약 그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즉 그가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존엄을 가지고 있다고 고려한다면, 그리고 그를 우리와 동등한 사람으로 존중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불화, 일탈, 싸움 , 범죄, 심지어 배신에 관해 말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약 그와 소통할 수 없다고, 그가 "기본적으로" 우리와 다르다고 여긴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우리와 동등한 이가 아니라 열등한 (아주 드물게는 우월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때 우리는 그에 대해 미쳤다. 정신적으로 아프다, 제정신이 아니다, 정신이상이다, 미성숙하다 등등으로 말할 것이다. 1)
1) T. S. Szasz, "Politics and Mental Health, "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CZV, 1958, p.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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